클레런스는 뭔가 영감이 넘치는 그럴듯한 말로 발표를 마무리 지었다. 즉, 클라우드아크로 올라간 젊은 남녀들이 우주공간에 문명을 건설하고 그 안에서 인류의 유전적 형질을 마음껏 꽃피울 거라는 멘트 말이다. 가령 냉동정자라든가, 난자, 배아 등을 쏘아 올릴 경우, 지표면에 발이 묶여 죽을 운명인 사람들은 그나마 자기 후손이 언젠가는 우주식민위성에서 보란 듯 성장해, 디지털 문자와 사진, 동영상을 매개로 선조인 자기들과 소통하리라는 기대를 가질 수 있지 않겠는가. 두브는 이 대목이 뭔가 희망의 빛을 주기 위해 일부러 삽입된 표현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오늘 발표자 중 누구라도 자기 입으로 말하고 싶어했을 가장 중요한 메시지라는 걸 그는 잘 알고 있었다. 메시지의 나머지 부분은 경악을 금치 못할 만큼 우울했고, 대다수 사람들이 받아들이기엔 너무나도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이를 보도할 뉴스앵커들은 비밀엄수 서약과 더불어 바로 어제 브리핑을 받았다. 희망을 갖고 조금이나마 사태를 견딜 수 있도록, 정서적 회복을 위한 시간 여유를 주는 것이 그들의 목표였다. 사람들이 붙잡고 버틸 만한 지푸라기를 조금 남겨주자는 취지 말이다. 디지털 파일들을 통해 선조의 넋을 기리는 아이들로 가득한 낙원에 관하여 암 환자인 전직 케임브리지 대학교수가 거룩한 억양의 일장연설을 함으로써 말이다. 그는 그걸 사실로 받아들이게 만들어야만 했고, 결국 성공했다. 물론 두브와 함께 클라우드아크 프로그램을 추진 중인 과학자들은 세계 군사, 정치, 경제 대표자들과 함께 그 기조를 끝까지 따라야만 하는 입장이었다.
- 세븐이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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