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비평적 관점을 정하라. (강력한 집필의 동기를 만들기)

 

자료를 파악하고, 개념을 명확히 하면, 다양한 논쟁점들을 알게 되고, 본인의 입장, 관점을 어느 정도 정하게 됩니다.

 

지역, 교육, 환경, 여성, 노동 등 사회운동의 다양한 영역에는 다시 내부적으로 다양한 견해의 스펙트럼이 펼쳐집니다. 다양한 관점들 중 어딘가에 필자가 위치합니다.

 

비평문의 필자는 본인의 위치를 분명히 파악해 보아야 합니다. 그래야 일관된 비평적 관점으로 글을 쓸 수가 있게 됩니다. 본인의 견해가 누구와 가장 비슷한지, 또 다른 누구와 어떻게 다르고 논점을 형성하고 있는지 등을 정리해야 합니다. 

 

그런데 단지 '내 생각은 아무개의 생각과 같다'고 하면, 그것은 그 '아무개'의 생각이지 필자의 생각은 아니게 됩니다.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재구성하는 것 만으로는 좋은 글, 필자 고유의 컨텐츠가 담겨있는 글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물론 복잡한 사회현상과 논쟁들을 잘 정리해 주는 것 자체도 중요한 작업이긴 합니다만...

 

더 좋은 것은 필자가 다른 누구와 달리, 또는 다른 누구보다 더 잘 말할 수 있는, 쓸 수 있는 컨텐츠가 무엇인가, 를 찾아서 그 주제에 대해 글을 쓰는 일입니다. 

 

그런 내용을 찾게 되면 '아, 내가 이런 이야기를 잘 전달할 수 있는 글을 써야 겠구나'라는, 집필의 동기가 생기게 됩니다.

 

집필의 동기는 좋은 글을 쓰는 데에 가장 중요한 것인데, 일반적으로 '이 주제에 대해 흥미가 있으니 한번 글을 써 볼까'라는 것은 집필의 동기 중에서 초기 단계일 뿐입니다. 자료 리뷰를 하고 나니, 이런 주장을 펴는 사람은 없는걸? 하면서 본인 고유의 이야기를 풀어낼 준비가 되었을 때, 가장 중요한 집필의 동기를 갖게 되는 것입니다.

 

저는 그것을 '강력한 집필의 동기'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써도 그만, 안 써도 그만인 느낌의 글을 필사적으로 준비할 필자는 거의 없을 것입니다. 약한 동기라고 하겠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끝가지 써보고 싶은 느낌의 '강한 동기'가 있다면, 자료 검토와 토론과 초고 작성과 수정 등의 노력을 견딜 수 있게 되고, 또 그에 필요한 많은 시간들을 기꺼이 할애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막연히 글을 잘 쓰고 싶다, 는 마음 만으로는 글쓰기는 '로망'에 불과하게 됩니다. 

 

하지만 비평적 관점을 정립해 나가는 과정도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약한 동기에서 출발하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닐 것입니다. 여러 논점들을 정리하고, 여러 논자들의 주장을 이해하고, 그들의 주장을 재구성해서 글을 써 보는 것, 이 단계를 생략하고 필자 고유의 비평적 관점을 정립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 분야에 대해 한번 공부를 해 보고, 내 생각을 정리해 봐야 겠다'는 약한 동기를 귀하게 생각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