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 굿맨의 <Body and soul>이 흘러나온다. 주인장이 꽂힌 건지 실수로 리피트가 걸린 건지 계속 같은 곡만 반복이다. 이미 테이블에 쌓인 맥주는 여섯 병이 넘었지만 그동안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는 흐릿하기만 했다. 우리는 말없이 그 몽롱하게 통통 튀는 음률들이 귀에 들어왔다 빠져나가는 걸 듣고만 있었다. 가끔 그럴때가 있다. 음악과 술과 마음이 뒤섞여 속수무책이 될 때, 아무런 말도 필요하지 않은 그런 때가.
- 손원평, 서른의 반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