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쓸 수 있는 글을 쓰자
다양한 형식의 글이 있습니다. 여기서 관심을 갖는 글의 형식은 사회적인 이슈를 다루는 비평문이나 논증문입니다. 대학생들의 경우 과제물로 보고서를 작성하여 제출하는데요, 글쓰기에 실패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본인이 쓸 수 없는 글'을 기획한다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의 글을 보고 배워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기존의 자료들을 단순히 '편집' 또는 '짜깁기'한 글이라고 하면 필자의 기여도, 필자의 창의성, 필자의 고유성 등이 잘 드러날 수 없게 됩니다. 특히 본인의 글 안에서 핵심이 되는 부분에서는 필자의 중심적 역할과 기여가 드러날 수 있어야 합니다.
비평문과 논증문에서 필자의 중심성이 인정이 되려면, 1) 적어도 그 내용에 대해 기존에 다른 사람이 이야기한 적이 없어야 하고, 2) 같은 주장이 있다고 해도 그 논증 방법에 아쉬운 점이 있어서 필자가 개선하고 싶은 부분이 드러나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필자가 새로 글을 쓸 이유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글을 소개해 주면 그만인 것이지요. 이런 글이라면 '쓰지 않아도 되는 글'이라고 봐야 할 겁니다.
1)과 2)의 조건을 충족시켰다고 해도, 필자가 그 과업을 달성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을 판단하면서 본인 글의 대상, 범위, 키워드 등을 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과정이 '집필계획'에 포함되는 것입니다.
예전에 한 1학년 1학기의 학생이 이런 글을 쓰겠다고 했습니다. <공공저작물 자유이용 규정의 타당성에 대한 법경제학적 검토> 이 학생은 법경제학을 배우지도 않은 처음 대학에 온 학생이었습니다. 이 경우 본인이 '공부'를 해 보겠다고 하면 한번 써 볼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그 결과물은 '편집'한 글이 될 가능성이 크고, 결국 자신의 글이라고 하기 어렵게 됩니다.
무엇을 고려해야 할까요? 필자에게 주어진 시간, 집필에 필요한 자료의 종류와 확보 가능성, 자료를 분석할 수 있는 능력 유무, 주제에 대한 관심과 동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인적 네트워크 등등 입니다.
비평문과 논증문을 쓸 때에 집필 계획이 필요하다는 것을 부연 설명해 보았습니다.
쓸 수 있는 글을 쓰는 것의 장점: 1) 글의 완성도가 높아진다. 2) 필자의 '주도성'을 갖게된다. 글에 끌려가지 않고 글을 끌어 나갈 수 있다. 3) 본인이 잘 하는 부분과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알게 되고 점점 보완해 나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