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분량 제한의 이유

글쓰기 수업을 할 때 학생들이 제일 먼저하는 질문은... '선생님, 과제 분량이 어떻게 되나요?'입니다. 글쓰기의 원리를 설명한 후 그 내용에 대해 함께 얘기하고 싶어서 '질문이 있느냐'고 한 건데... 분량에 대한 질문이 나오면 김이 빠지지요. 

과제 분량이 2쪽 이라고 하면 매우 안도를 하고... 10쪽이라고 하면 얼굴색이 어두워 지고... '2쪽 내외'라고 하면 1쪽 반을 써 내고, '10쪽 내외'라고 하면 8~9쪽... 대부분 그렇게 합니다. (반대로 오직 분량으로 승부를 보려는 학생도 있긴 합니다. 본인이 수집한 자료를 모두 넣어서 제한 분량을 훌쩍 넘겨서 제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 줄이라도 더 쓰고 싶지 않아서 일까요?  내용이 부실한데도 분량은 최소기준에만 맞추려 합니다. 즉... 분량을 넘길 수 있다는 것을 '기회'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분량 제한이 왜 필요하고 중요한가'에 대해서 따로 설명을 합니다. 

첫째, 독자들은 긴 글을 읽고 싶지 않다. 독자들은 바쁘다. 둘째, 각종 매체의 편집자들은 필자에게 무한정 지면을 허용할 수 없다. 필자는 많다. 즉 우리는 제한된 지면에 가장 효과적으로 독자와 소통하기 위해서 분량 제한을 둔 글쓰기를 연습해야 하는 것입니다. ^^

2쪽 분량의 글을 잘 쓰려면 3~4쪽 분량의 초고 또는 초안를 써야 합니다. 그 초고를 이렇게 구성해 보고, 저렇게 바꿔 보면서... 이 구절을 넣고, 저 구절을 빼면서... 가장 좋은 글로 다듬어 가게 됩니다. 초고에서 많은 부분이 잘려 나가게 되는데... 한 쪽이라도 더 쓸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감사한 기회가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분량 제한이 없을 경우에도 필자는 여러 조건을 고려하여 자기 글의 '최적 분량'을 가늠해야 한다는 게 대전제이지요. 분량 조절은 퇴고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아래 pdf 자료 중에 [서평 글쓰기 특강]을 보면 뒤에 '퇴고'의 중요성이 나옵니다. 

 

"초짜는 마지막 문장을 쓰고 나면 '끝'이라고 생각해서 탄성을 내지르고, 타짜는 '시작'이라고 생각해서 한숨을 내쉰다."(배상문의 [그러니까 당신도 써라]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