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좋은 글의 출발은 약속 정하기이다.
(또는 쪽대본 촬영과 사전제작의 차이)
무엇이 좋은 글이냐, 하는 질문에 절대적인 기준을 제시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대체로 합의가 가능한 기준은 존재하는데요... 오늘은 '약속'에 비유하여 한번 저의 생각을 표현해 보고자 합니다.
누구를 만나려 할 때 그냥 '우리 만나자'라고 하면 만날 수가 없습니다. 보통은 연락을 해서 '왜' 만나는지 얘기하고, '언제' 만날지 시간을 정하고, '어디서' 만날지 장소를 정하지요. 그래야 제대로 약속이 성사됩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 입니다. 자유로운 글쓰기도 있지만 필자가 독자를 고려하여 구체적인 동기와 목적을 가지고, 집필의 방향과 과정을 제대로 설계해서 쓴 글이 더 좋은 글이 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지요.
드라마를 예로 들자면... 아무리 천재적 작가과 감독이라고 해도 '쪽대본'을 가지고 급하게 촬영을 해서 만드는 작품과... 체계적으로 계획을 세워서 전체적인 검토 과정, 그리고 촬영방법이나 편집 등을 충분히 검토해서 만든 사전 제작 드라마의 완성도를 비교하면 어떨까요.
글쓰기는 '약속'입니다.... 왜, 언제, 어디에서. 즉 동기, 시각(관점), 목표가 분명히 정해지고... 나아가 '만나러 가는 법' 즉 '글쓰기 방법'까지 제대로 결정이 되어야 좋은 결과를 얻을 확률이 커지는 것입니다. 또한 '내가 원래 뭘 쓰려고 했는가'라는 기준은 최종 완성 원고를 자평하는 데에 좋은 기준이 됩니다. '그래, 내가 하려던 얘기가 바로 이거였어.' 그렇다면 일단 성공적인 글이 되는 것이지요.
글을 잘 쓰는 좋은 습관을 만들려면... 우선 자신이 쓰고 싶은 글의 동기, 논점, 키워드, 목적, 주요 독자 등을 잘 정리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연구노트, 작업노트 등을 기록하라고 많은 전문가들이 조언을 합니다. (아래 게시물 첨부파일 중에서 오토 크루제의 책 일부를 스켄한 자료를 보시면... 219쪽 이하에 그 내용이 나옵니다.) 글을 쓰기 전에 대략적인 구상을 정리하면 자신이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분명한 이미지가 생기고, 이를 바탕으로 정확한 자료 수집, 정리, 분석 등을 할 수가 있습니다. 막연히 자료를 검토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효율성이 생깁니다.
그런데 완벽하게 정리를 하려면 그게 너무 어려운 것이고... 그냥 어쩔 때는 "우리 점심 시간 쯤에 거기 서점에서 만나자. 왜 만나냐니, 오랜만에 얼굴좀 볼라고 그런다. 만나서 얘기하자. 내가 좀 늦을 수 있느니 책 보고 있어~ 모 타고 갈지는 모르겠는데... 버스타보고 막히면 지하철로 갈아 탈께" 라고 해도 멋진 만남이 성사될 수 있겠죠.
오프라인 워크숍에서 오늘까지 1차 과제로 그 '약속'을 정리하기로 했는데... 아직 다들 제출을 못 하고 있네요. ^^ 저도 지금 몇 개의 원고 마감을 다 넘기고 허덕이기는 중이기 때문에... 마감일을 제대로 지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가급적 마감일을 내에 좋은 원고를 써 내는 필자가 되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자 합니다.